스타트업이 투자자 앞에 서는 순간, "숫자"는 모든 말보다 강력한 설득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진실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지표 해석이 오히려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특히 피치덱이나 IR 자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몇몇 지표는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제 의미는 왜곡되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창업자들이 흔히 투자자에게 어필하려다 실수하는 지표들을 짚어보고, 어떤 지표가 왜 위험하며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를 실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스타트업 성과지표의 함정 - 누적 수치만 강조하는 비효율적 피칭의 위험
스타트업 피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지표 중 하나는 "누적 다운로드 수", "누적 회원 수", "누적 방문자 수"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 사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기보다는, 과거의 흔적을 나열하는 데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 숫자가 사용자 충성도나 유료 전환율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명이라고 해도, 실제로 현재 앱을 사용하는 일간활성사용자(DAU)가 1만 명도 안 된다면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창업자들이 누적 지표만을 강조하며 "규모감"과 "성장"을 동시에 보여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누적 숫자보다 "지속성 있는 성장"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현재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제품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지, 신규 유입 대비 재방문 비율은 어떤지를 통해 진짜 시장 적합성(PMF)을 판단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인상적인 누적 수치를 제시하더라도, 이후 QnA에서 "현재 액티브 유저는 몇 명인가요?"라는 질문에 답변이 모호하면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 위한 수치"가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다운로드 수보다는 유지율(Retention), 전환율(Conversion Rate), 일간활성사용자(DAU), 주간활성사용자(WAU) 등 실제 사용자 행동을 추적한 지표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누적 지표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현재 지표와 함께 비교하여 "활성도 대비 규모"를 함께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성과지표의 착시현상 - 마케팅 수치에 숨은 일시성과 비지속성
두 번째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마케팅, 특히 퍼포먼스 광고 지표에서의 착시입니다. 예를 들어 "광고 ROAS가 800%입니다" 또는 "CPI(설치당 비용)가 500원밖에 안 됩니다"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우수해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그 수치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더 민감합니다. 만약 광고 집행 기간이 극히 짧거나, 소수 채널에서만 발생한 데이터일 경우, 그 지표는 재현 가능성이나 장기 지속성 측면에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IR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초반 마케팅 실험에서 아주 좋은 지표가 나왔고, 그 데이터를 그대로 제시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어떤 조건 하에 발생했는지, 이후에도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지면 오히려 의심의 여지를 남깁니다. 예를 들어 친구 추천 이벤트로 사용자 유입을 대량으로 만든 경우, CPI는 낮게 나오지만 전환율이나 재사용률은 매우 낮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 이벤트성 유입이지, 실제 제품 매력도에 기반한 성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CAC(고객획득비용)와 LTV(고객 생애가치)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지 않거나, LTV 추정이 너무 낙관적이면 투자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표가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뒷받침하느냐입니다. 단기 캠페인이나 예외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숫자는 오히려 "숫자를 포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성과지표의 오류 - 전환율 수치의 정의, 맥락, 분해 없이 말하는 실수
마지막으로 투자자 앞에서 자주 실수하는 지표는 전환율입니다. "전환율이 30%입니다"라고 하면 분명 듣기에는 인상적인 수치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전환율은 정의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신뢰를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페이지 방문자 대비 회원가입 비율"을 전환율로 설명한 경우와, "앱 설치 대비 유료 결제 전환율"을 말하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투자자는 숫자보다 맥락을 보고 판단합니다. 30%라는 수치는 좋지만, 그것이 어떤 퍼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어떤 유저층을 대상으로 측정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또한 평균 전환율만 제시하고, 퍼널별 세부 데이터나 시간에 따른 추세가 없다면, 투자자는 "일시적인 성과"인지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전환율이 높은 이유가 특정 이벤트 때문이거나, 전체 사용자 중 소수의 활동 사용자에 의해 수치가 과장된 것이라면 이는 장기 성장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단일 전환율 지표만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며, 오히려 다양한 맥락과 함께 수치를 제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퍼널의 상단 유입부터 하단 전환까지 전체 흐름을 함께 제시하면서, 특정 구간의 병목이나 향후 개선 포인트까지 설명한다면 훨씬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투자자 앞에서는 숫자가 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숫자 뒤에 숨겨진 맥락과 진실이 더 중요합니다. 누적 수치, 단기 마케팅 지표, 정의가 불분명한 전환율 등은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신뢰를 깎아먹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숫자를 보는 눈이 매우 날카롭고, 그 속에 숨겨진 리스크를 예리하게 파악합니다. 따라서 지표를 보여줄 때는 항상 의미와 맥락, 그리고 재현 가능성까지 고려해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숫자에 숨지 말고, 숫자 뒤에 있는 스토리를 함께 전달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