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하다가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IP는 미래 수익뿐 아니라 생존과도 직결된 핵심 자산입니다. 특히 NDA나 협업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초기 협의는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번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이 기술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인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IP보호, NDA 규정, 협업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의 IP보호 - 기술 유출을 막는 실질적인 정보 보호 전략
지식재산권은 스타트업이 가진 모든 가치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특허뿐 아니라 코드, 알고리즘, 데이터 구성, 아키텍처 등 기업의 기술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거의 모든 창작물이 포함됩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성장을 준비 중인 창업팀이 IP 보호 전략 없이 외부 미팅이나 피칭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껴왔습니다. 협업 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유출은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사전 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선, 외부 협력 시 스타트업 내부에서 '정보 등급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공개해도 괜찮은지, 무엇은 절대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내부 문서 기준에 따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MVP나 핵심 알고리즘, 데이터셋은 공유 전 '요약본', '결과만 제공되는 API 구조'로 제한하는 방식이 현명합니다. 또한 공유 문서의 접근 권한은 Notion, GitHub, Google Drive 등을 사용할 경우에도 일시적이며 로그 기록이 가능한 형태로 설정되어야 하며, 협업이 끝난 후 권한 회수 및 접근 이력 점검까지 마무리하는 절차가 필수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은 특정 기술을 오픈소스처럼 설명하면서도, 실제 구현 방식은 철저히 블랙박스로 관리하거나, 아웃풋만 공유하는 API 모델로 설계해 기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력을 증명하면서도 핵심 구현 내용은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현실적 보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 보호는 법적인 조치 이전에, 정보 제공 방식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명확한 보호 인식과 내부 가이드라인 수립 없이는 협업 자체가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NDA규정 - 형식적 계약을 넘어 실질적 보호 장치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외부 기업과 첫 접촉을 진행할 때 비밀유지계약서, 즉 NDA를 체결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많은 NDA가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계약서가 지나치게 일반적이거나, 보호 대상이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NDA는 정보 공유의 범위와 보호 대상, 위반 시 손해배상 조건까지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NDA 문서 내 '비밀정보의 정의'는 특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논의되는 모든 자료'라고 뭉뚱그리기보다는, 소스코드 일부, 알고리즘 로직, 데이터 모델, 시각화 도식 등 구체적 항목을 예시로 들어 명시해 주어야 실제 법적 분쟁 시 효력이 있습니다. 또한 협업 종료 후에도 해당 NDA가 일정 기간 유효하도록 설정하지 않는다면, 이후 기술이 유출되거나 유사 모델로 활용되어도 스타트업이 대응할 수단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문서상의 계약 당사자가 단순 실무자가 아닌, 실제 법인 대표 혹은 그 권한을 위임받은 인물임을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도 매우 중요합니다. 손해배상 조항도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금액, 범위, 간접 손해 포함 여부 등을 명시해야 하며, 예시로 '최대 5천만 원 이내의 손해배상 책임 발생 가능'처럼 수치를 기재해 두는 것이 분쟁 시 증거로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DocuSign, HelloSign 같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서명 도구를 활용해 계약 위변조를 방지하고 서명 내역을 블록에 기록하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NDA는 더 이상 단순 서류가 아닌, 기술 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계약서가 강력한 법적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구체성과 전략성이 핵심이 됩니다.
스타트업의 협업전략 -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계약 구조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진출이나 제품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성장 전략입니다. 그러나 협업이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선, 그 전제조건으로 '정교한 계약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NDA만 체결하고 실질적인 협업 계약서 없이 공동개발, 기술제공 등을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협업 결과물의 권리가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아, 이후 수익 분배나 IP 귀속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협업 계약서에는 우선 프로젝트 범위, 기여도, 결과물의 귀속 조건, 상용화 방식 등을 세부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공동개발 프로젝트라면 기술 기여에 따른 권리 분배, 개발 완료 후 유지보수 주체, 비용 분담 조건 등이 문서화되어야 하고, 단순 기술 제공일 경우 사용범위, 적용 조건, 기간 제한, 2차 사용 금지 여부까지 규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협업 중 공동 특허나 신규 기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신규 IP에 대한 귀속 및 출원 조건을 사전에 협의하고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더불어 기술 시연이나 실증 사업이 포함될 경우, 그 과정에서 활용되는 장비, 데이터, 시제품의 소유권과 운영 조건까지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계약서 문안 작성이 어렵다면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법률 자문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대로 된 협업 전략은 단순한 계약서 체결이 아니라, 기술 보호와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경영 전략의 일부로 접근되어야 합니다. 결국 계약 구조가 견고할수록, 협업은 더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은 시장에 대한 해결책인 동시에, 조직의 생존을 지탱하는 기반입니다. 저는 협업을 진행하기 전, 스타트업이 반드시 IP 보호 전략을 수립하고, NDA 및 협업 계약서를 정교하게 준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보여줄수록 가치가 증명되지만, 보여주는 방식과 범위는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구조 설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