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 시간 자산관리와 금융시장 분석을 공부하면서 비유동 자산의 구조적 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왜곡에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특히 가격이 자주 형성되지 않는 자산군이 어떻게 거래되고, 어떤 방식으로 시장 내 가격발견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유동 자산이 왜 독특한 리스크와 기회를 제공하는지, 그 마켓메이킹 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유동성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투자 전략과 가격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제 관점에서 자세히 풀어보고자 합니다.
제한된 유동성 속의 유통구조
비유동 자산은 일반적으로 자산의 매매가 빈번하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며,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러한 자산에는 사모 부동산, 비상장주식, 예술품, 일부 인프라 자산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시장에서의 거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호가 기반 마켓메이킹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이 시장에서는 비공식적 마켓메이커나 전문 중개인, 혹은 기관투자자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은 단순한 유통을 넘어 가격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은 장기간 보유 가능한 자본력과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참여하며, 경우에 따라 자산의 유통시장을 직접 구축하거나 펀드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를 유도합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사전적 가격산정 모델을 기반으로 자산을 평가하고 이를 펀드 구조 내에서 정기적인 NAV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격과는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더불어 거래주기와 유통 가능성이 불확실한 자산 특성상, 거래 주체 간 협상력이 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이는 곧 자산의 유통성과 유동성프리미엄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마켓메이킹이란 단순히 유동성을 공급하는 행위가 아니라, 제한된 정보 속에서 가격 발견과 유통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인 구조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미엄 보상으로서의 리스크 수용
비유동 자산은 유동화가 어려운 만큼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수익을 요구할 근거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유동성프리미엄의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기대수익률을 가진 유동성 높은 자산과 낮은 자산 중 투자자가 후자를 선택할 경우, 그는 거래 지연, 정보 부족, 가격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프리미엄은 단순히 시장금리나 리스크프리미엄과는 다르게 측정되며, 자산군별로 매우 비정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사모채권이나 비상장 벤처지분은 투자 유치 단계에서부터 향후 엑시트 전략에 이르기까지의 시계열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 산정에 있어 최소 300~500 bps 이상의 유동성프리미엄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산이 매각되지 않는 데서 오는 기회비용 외에도, 자산 가치의 측정 기준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유동성프리미엄은 거시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예를 들어 금리상승기에는 유동성이 더 위축되며 프리미엄도 함께 확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프리미엄은 단순한 정태적 보상이 아닌, 시간 가변적인 위험가중 요소로 이해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실제 투자성과가 크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유동성프리미엄은 투자자 심리, 시장 구조, 자산의 구조적 특성 등이 결합되어 형성되며, 비유동 자산 투자에서 핵심적인 리스크와 동시에 기회로 작용합니다.
신호 부족 속의 가치평가
가격발견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산의 적정가치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인데, 비유동 자산의 경우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단절되거나 느리게 작동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비상장 자산은 거래 빈도가 낮고, 참여자 수가 제한적이며, 거래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형성 자체가 구조적으로 왜곡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 자산이라 하더라도 거래시점, 협상력, 평가방법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클 수 있으며, 이는 자산의 공정가치 산정에 혼란을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가 보유한 비상장 지분의 경우 공정가치 회계 기준에 따라 분기 혹은 반기 단위로 평가하지만, 이는 실제 매매가와 괴리가 크며, 이를 기반으로 한 펀드 수익률 역시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감정평가 기반 부동산의 경우, 평가사의 가정이나 모델링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도출되며,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발견이 어려운 시장일수록 장기적으로는 자산의 저평가 또는 과대평가가 누적되며, 이는 자본 재배분의 비효율성을 낳습니다. 가격발견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 토큰화, 자동화된 평가 알고리즘, 비교지표 기반 AI 모델링 등이 연구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기초정보가 부족할 경우 정확도에 한계를 보입니다. 따라서 비유동 자산의 가격발견은 단순한 숫자의 산출이 아니라, 구조적 신호 부족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글쓴이는 비유동 자산이 단순히 리스크 자산이 아니라, 구조적 시장특성과 투자자의 전략적 해석에 따라 충분히 고수익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유동성 한계, 가격발견의 제약, 마켓메이킹의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비유동 자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투자전략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자산군은 단순히 회피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